2009.09.11 20:28

Wales - Hay on Wye (2) - 길을 잃은 대신 길동무를 얻다.

처음 '헤이온와이'라는 지명을 들었을 때, 그 이름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Hay on Wye 마을 초입에 두 가지 언어로 표시된 표지판을 보고나니, 어쩌면 'Hay on Wye'는 'Y 삼거리'정도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들었지만 나중에 확인해 보니 우리의 추측은 망상이더군요..ㅋ

Wales 지방에 위치한 이 마을의 모든 표지판은 웨일즈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로 표시 되어있습니다.
영어 지명인 'Hay on Wye'를 그대로 직역해 보면 'Y자 모양의 담장'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웨일즈어 지명인 'Y Gelli'의 뜻을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WIkipedia에서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딱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유사한 검색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Mynydd Y Gelli
is the one of the mountains that forms the Rhondda Valley in South Wales, United Kingdom.

이것으로 미루어 추측해 보건데, 그저 근처에 있는 산 이름을 따서 지명을 짓지 않았나 싶습니다. 순전히 저의 추측이므로 신빙성은 없음을 밝혀 둡니다.


아무튼 표지판에도 있듯이 Hay on Wye는 책마을로 유명한 곳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5월 말에 열리는 'Book Festival'을 찾습니다. 그 기간에 마을에 숙소를 구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이 곳을 찾은 시기는 5월 초순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마을은 한산했습니다. 

하루는 아침식사를 하며 B&B주인 할머니께 근처에 걸을 만한 곳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당연히 좋은 곳이 많다며 워킹코스를 소개한 팜플릿을 내주셨고, 여러 코스중에 집근처에서 시작하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 코스를 걷기로 정했습니다.

시작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안내에 따라 입구를 찾아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이 있긴 했지만 걷기에 나쁘지 않을 만큼 햇살도 있었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땀을 식혀주는 마음에 드는 날씨였습니다.


초원에 핀 노란 들꽃은 싱그러웠고,


민들레 꽃씨는 금방이라도 사뿐히 날아오를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날도 우리는 길을 잃었고, 상심에 빠졌습니다.
아무리 코스 설명을 주의깊게 읽어보아도 우리가 가야할 길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윈더미어에서의 성공적인 걷기로 우리는 너무 자만했던 것입니다. -_-^

초원을 빠져나와 작은 길을 만났고, 아마도 그 길은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길인 듯 생각됐습니다. 그냥 이 길을 따라 마을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오던 길로 되돌아 가야 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우리의 운을 믿고 어느 길이든 선택해서 다시 걸을 것인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 사람이 보입니다~~
신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나 봅니다. 중년의 부부가 길을 걸어 우리가 있는 쪽으로 가까워 왔고 우리는 그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반갑게 그러나 절박한 표정으로 인사를 한 후, 우리는 걷는 도중 길을 잃었는데, 이 코스를 따라 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겠느냐며 우리가 들고 있던 약도와 코스설명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저씨는 흔쾌히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본인도 이 약도가 가리리는 길은 잘 모르겠다며 미안하다는 안타까운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대로 그 분들을 보내면 우리는 마을로 돌아가야만 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어디까지 가는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으니 따라서 걸어도 되겠는지.. 이번에도 아저씨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우리는 조용히 아저씨와 아주머니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ㅎㅎ

바로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며 간간히 대화도 하며 걸었습니다. 애초에는 우리는 길어야 3시간 정도 걸을 예정으로 집을 나섰지만, 이 분들과 함께 걷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계획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왕 따라 걷겠다고 나선 이상 중간에 우리는 돌아가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어디까지 걸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로 그저 따라 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ㅋㅋ

얼마나 걸었을까요?
초원을 가로지르는 좁은 도로를 만났습니다. 이 도로에서 저기 왼편 앞에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산에 오르는 것인 모양입니다. 뒤를 돌아보니 이미 우리가 길을 나선 마을은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리 왔습니다. 사실 모든 산은 눈 앞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먼곳에 위치해 있음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산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도 실제로는 얼마나 걸어야 정상에 오를 수 있을 지는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산 중턱에 있는 안내표지판입니다. 역시나 웨일즈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로 표시되어있습니다.


이곳 역시 산에 나무가 없이 초원인 탓에 산 정상은 눈에 보였지만, 턱밑까지 숨이 차오르고 나서야 우리는 정상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이랍니까..
산 정상의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우리나라 산을 오르면 대부분의 산 정상은 대부분 돌산이고, 그리 넓지 않은 봉우리에 산 꼭대기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고, 저기 멀리 까마득히 산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 펼쳐진 산 정상의 모습은 늪지에 가까운 초원이었습니다. 산 아래에서 볼 때, 산 모양은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모습과 흡사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윗부분이 해당하는 산의 정상은 낮은 경사로 넓게 펼쳐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 생경하기 짝이 없는 산 정상의 모습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습니다. 자연이 갖는 다양한 모습을 또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정상에 올라 풀밭에 앉아 땀을 식히고 가져온 사과를 나눠드리고 기념 사진도 찍었습니다. 덕분에 정말 멋진 곳을 왔다고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저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 산은 웨일즈 지방과 잉글랜드 지방을 구분하는 경계가 되는 곳이라고 합니다. 산 밑의 도로 역시 이 두 지방을 잇는 도로 였던 것입니다.

산을 오르는 길에 본 웨일즈어로 표기된 안내표지판에 대해 물어보니, 아저씨는 자신도 웨일즈인이지만 웨일즈어를 말할 수는 없다며 무척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다시 그 분들을 따라 마을로 거의 다 돌아왔을 무렵, 아저씨는 우리에게 맥주한잔 함께 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쉬웠던 차에 함께 마을 어귀에 있는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저씨가 맥주값을 내주시겠다 하셔서 초면에 무척 미안했지만, 강하게 사양하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닌 듯 하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진심으로 친절을 받아들였습니다.

길을 잃은 대신 좋은 길동무를 만나, 멋진 추억을 만든 그 날을 우리는 잊지 못 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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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2 22:40

England - Lake DIstrict (5) - Rydal Mount

2009.05.07 Windermere 

 

Lake District를 걷는 것은 사실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걷는 내내 거의 비슷한 풍경인데다 특별히 험할 것도 없는 낮은 구릉지역을 끊임없이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큰 매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나 만화에서나 보던 풍경 사이에 내가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양떼들 구경하는 재미도 좋고, 비현실적으로 예쁜 하늘과 구름을 구경하는 재미도 좋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호수가 보이고 그림 같은 집이 보입니다.

 

Orrest Head를 가볍게 걷고 나서 급격한 자신감 상승으로 조금 멀리 가보기로 했습니다.

Beatrix Potter가 살던 Hawkshed Hill top에 가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Lake District의 여러 호수와 많은 걷기 길중에서도 그녀가 살던 농장인근의 풍경이 궁금했습니다. 순전히 영화 탓입니다..ㅋㅋ

전날 미리 관광안내소에서 Hawkshed에 가는 방법도 물어보고 걷기길 지도까지 구입해두었습니다. Windermere에서 Hill top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거나 버스를 이용해서 Windermere호수를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한번에 가는 버스는 없었기 때문에 Ambleside까지 가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습니다. 버스시간을 기다리는 사이에 간단하게 점심 요기도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Hawkshed로 출발~~

 

 

Hawkshed에 도착 할 때 까지만 해도 Hill top에 간다는 기대만이 우리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행여라도 그곳에 갈 수 없게 될 경우의 차선책 따위는 없었던 것입니다.

Hill top에 가는 목적이 단순히 Potter의 농장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면 버스를 기다리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그보다 더 큰 목적은 걷기였기 때문에 버스 기다리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Hill top까지 걸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인도가 확보되지 않은 좁은 시골길을 걸어 가는 것은 조금 무리인 듯 보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오는 이동하면서 만난 길들은 좁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길 양쪽에 돌담이 늘어서 있기 때문에 걷는 도중에 버스라도 만나는 날에는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 뻔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걷기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고, 인근 마을로 이동이 용이한 Ambleside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Ambleside로 돌아오긴 했지만 딱히 뾰족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우리가 구입한 지도에 여러 종류의 코스가 소개 하고 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제외하고 나니 마땅한 것이 없었습니다. 어째야 하나 고민고민 하던 중 마침 가방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겨온 것이 있었으니 김남희씨의 책 뒤쪽에 부록으로 실린 걷기 코스를 복사해둔 종이 두 장이 들어있었고, 또 마침 그 중에 한 곳이 Ambleside를 시작으로 하는 코스였습니다. Ambleside지역의 지도는 구입을 하지 않아서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시작지점과 끝지점은 책의 소개글을, 그리고 걷는 중간의 코스는 안내표지판을 믿고 걷기로 했습니다.

 

마을을 벋어나는 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역시나 마을만 벗어나면 어김없이 초원과 양떼가 보입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미 마을은 벗어난 것 같은데 책에서 말한 Gate가 보이질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인도가 없어질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어째야 할지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길을 지나쳐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분명히 입구가 있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디가 입구였을까 주변을 다시 주의 깊게 살피며 마을 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왔던 길을 절반쯤 되돌아 간 지점에 대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분명히 아까도 보고 지나친 대문입니다. 그런데 그 대문 안쪽에서 배낭을 메고 등산화를 신은 사람 둘이 걸어나옵니다. ….뭐지?

그렇습니다. 바로 저 대문이 걷기길로 들어가는 입구인 것입니다. 입구 바로 옆에 집이 한 채 있고 대문이 닫혀 있기에 우리는 그저 개인주택이려니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가 바로 입구였다니.. 게다가 커다란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작은 문이 하나 더 숨어있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모르고 지나쳤을 거라고 나를 위로했습니다. -_-^

 

 

낮은 언덕 사이로 쭉 뻗은 길이 보입니다. 담장 양쪽은 어김없이 초원과 양떼들입니다. 직접 양을 보기 전에는 양이 보송보송한 하얀 솜털로 뒤덮인 아주 귀여운 동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대관령양떼목장에서 똥밭에 구른 것 같은 지저분한 엉덩이를 하고 있는 양을 본지라 양에 대한 환상은 없었지만, 모든 양은 얼굴과 몸통이 모두 흰색일 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보았던 양이 다 흰색이었고 양 인형들도 흰색일색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가끔 외국 애니메이션을 볼 때면 몸은 하얀 털인데 얼굴은 검정색인 양을 보면서 저런 양도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있더군요..ㅋㅋ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것이 바로 산교육입니다. 보지 않으니 믿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디 동물원에는 있으려나? 혹시 동물원에서 보신 분은 어디 동물원인지 알려주시면 감사~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들판은 초록이고.. 너무도 당연한 자연의 색인데 유난히 화사하게 빛나 보이는 것은 내 마음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정말 화사하게 빛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길을 걷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합니다. 별것 아닌 것들도 대단하고 신기해 보입니다. 얼마나 오래된 나무인지 제 그늘보다 한참 넓게 뻗어있는 나무 뿌리는 판타지 소설의 그 것들처럼 금새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습니다.

 

 

산을 오르거나 걷기여행을 함에 있어 가장 큰 골칫거리 중의 하나는 바로 화장실!

우리나라 국립공원들은 어찌나 화장실이 곳곳에 잘 되어있는지 그 고마움을 몰랐습니다. 고냥군은 화장실이 가고싶다 하고 어디를 둘러봐도 화장실은 없습니다. 산이라도 깊어야 어디 으슥한 곳에 몸을 숨기고 몰래 실례를 할 텐데, 넓은 초원 가운데 서있는 나무들뿐인 이곳에서는 그 조차도 여의치가 않습니다. 그런데 이때 기적처럼 우리앞에 화장실이 나타났습니다. ㅎㅎㅎ 알고 보니 그곳은 Rydal mount community center였습니다. 덕분에 고냥군은 무사히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Community center 한켠에는 작은 정원도 있었는데 이미 꽃이 진 후라서 아쉽기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예상치 않게 만난 정원에서 한숨 돌리며 쉬어갈 수 있었습니다.

 

 

Community center에서 Rydal Mount Grasmere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을 조금 걸어가니 바로 거기가 Rydal Mount입니다. Rydal Mount에는 시인 William Wordsworth가 살며 글도 쓰고 정원도 가꾸었다는 아름다운 집이 있고 정원에서는 Rydal Mount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이 아름다운 집은 현재도 Wordsworth의 후손들이 종종 이용하고 있으며 집의 일부와 정원을 관람객들에게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곳을 방문할 때면 나의 부끄러운 문학지식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미리 공부 좀 하고 올 것을 하고 생각해 보지만 이미 늦어버린 것을 어쩌겠습니까. 잘 기억해 두었다 나중에 꼭 Wordsworth의 시라도 한편 찾아 읽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죠. 너무 늦게 방문한 탓에 정원에서 더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정원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책 한권 읽을 여유를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봅니다. 그런 기회가 올까요?

 

 

서둘러 길을 가지 않으면 저녁시간 전에 Windermere로 돌아갈 수 없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걷고 걷고 또 걷고..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테라스처럼 난 길을 따라 걷고 있으니 물위를 걷고 있는 기분입니다. 호수가에 자리잡고 있는 집들마저도 호수의 일부가 되어버린 풍경은 그림 같다는 말 이외에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호수는 많지만 대부분 인공호수이고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는 어김없이 상업시설이 자리잡고 있어 본래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어찌나 안타깝던지..

 

 

Rydal Mount에서부터 50분 가량 걸어 도착한 곳은 Grasmere라는 마을입니다. 6시가 다 되어가니 Dove Cottge는물론이고 마을의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아버려 고요하기만 하고 행여라도 Windermere로 돌아가는 버스가 없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지나간 버스가 Windermere로 한번에 가는 마지막 버스였습니다. ㅠㅠ 다행히도 Ambleside를 거쳐서 Windermere로 돌아가는 버스시간은 남아있어서 무사히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종일 Windermere, Ambleside, Hawkshed를 왔다 갔다 한데다 3시간 넘게 걸었더니 배가 어찌나 고프던지 숙소 근처에 있는 중국식당이 보이자마자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우리는 두 눈을 반짝이며 돌진했습니다. ㅋㅋ

다른 때 같았으면 배가 터질 것 같다며 엄살을 떨었을 테지만 이 날 만큼은 주문한 음식을 하나도 남김없이 싹싹 비웠음에도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더군요. -_-^

 

 

숙소로 돌아가는 길..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며칠 더 머물면서 주변 호수들을 더 돌아보면 좋았을 걸 그랬다 싶지만 이미 다음 숙소는 예약이 되어있고, 영국 여행일정을 한없이 늘일 수도 없는 터라 꼭 다음에 다시 오리라 다짐 또 다짐을 했습니다.



 

 

PS. 나중에 김남희씨의 책을 확인해 보니 우리는 정말 제멋대로 걸었더군요. ㅎㅎ 걷는데 옳은 길과 틀린 길 어디 있겠습니까만 책에 소개된 길을 반대로 걸은데다 걷는 중간에 어찌나 딴청을 피워댔는지 시간이 많이 흘러 돌아오는 길은 버스를 타는 바람에 코스의 절반만 걷고 말았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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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7 05:47

England - Lake District (4) - Orrest Head

2009.05.07 Windermere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창 밖을 확인했습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다행히도 나뭇잎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구름이 있긴 하지만 먹구름은 아닙니다. 오늘도 English Breakfast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우선 오전에는 윈더미어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Orrest Head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 멀지 않아서 넉넉잡고 두 시간이면 언덕에 올랐다 주변을 돌아보고 올 수 있는 코스입니다.

B&B 주인 아주머니가 가르쳐주신 길을 따라 올라가니 Public Footpath가 바로 나옵니다. 마을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고 있으니 여기가 영국인지 한국인지 잘 구별이 가지 않습니다. ㅎㅎ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모를 돌담에 끼인 이끼와 National Trust의 안내표지판이 이곳이 잉글랜드 시골마을 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것들입니다.

  

 

길을 걷다 보니 큰길 하나와 작은 길 하나가 나옵니다. 큰 길은 조금 돌아가는 길, 작은 길은 조금 빨리 가는 길.. 결국 같은 길이니 어디로 갈까 잠시 망설이는 사이 산책 중인 듯 보이는 동네 할머니께서 작은 길로 가십니다. 오호~ 우리도 할머니를 따라 작은 길을 걷습니다. ㅋㅋ 그렇게 할머니 뒤를 따라 걷고 있으니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가 뒤를 돌아보더니 먼저 가라며 손짓을 하십니다.

 

사실 마을에서 Orrest Head 까지는 3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입니다. 아주 가까운 언덕 정도 되는 곳이죠. 하지만 특별히 높은 산도 없고 특별히 높은 건물도 없는 주변 풍경을 감상하기엔 충분합니다. 어제 유람선을 타고 돌았던 윈더미어 호수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벤치도 있고 방향 안내도 있어서 호수를 감상하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호수 반대편으로 몸을 돌리니 어릴 적 달력사진에서나 봄직한 초원이 펼쳐집니다. 나지막한 구릉은 온통 초록이고, 레고블록으로 지은 것 같은 시골 집들이 돌담과 나무를 경계로 띄엄띄엄 놓여있는 모습이 평화롭기만 합니다.

  

 

 드디어 할머니도 정상에 오셨습니다. 사진 속 백발의 할머니가 바로 앞에 만난 그 할머니입니다.

  

 

 한동안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다, 어제 미리 관광안내소에서 구입한 Walking course 지도를 보며 올라간 반대방향으로 내려갔습니다. 사실 그 지도가 그닥 유용하지는 않았습니다. ㅋㅋ 왜냐면저 넓은 초원 가운데에서 방향감각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어디를 봐도 푸른 초원, 돌담 그리고 양떼 뿐인데 무슨 수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언덕을 넘어와도 언덕을 올라가도 이 언덕이나 저 언덕이나 똑같아 보이기만 하고 지도와 설명을 아무리 읽어도 여기가 어딘지 판단 할 길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은 그저 표지판을 믿고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초원 곳곳에는 방향과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어서 표지판을 보고 지도상에서 우리가 가는 길이 대략 어느 길인지 짐작하며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 지역 Public footpath를 걸을 때 주의 할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저 초원은 대부분 사유지 이기 때문에 함부로 들어가서 양떼를 놀라게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반드시 표지판을 따라 양떼들이 놀라지 않도록 조심하며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경계가 되는 돌담은 넘어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놓은 곳을 찾아서 넘어가야 합니다. 때로는 나무 문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Public footpath가 아닌 경우에는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두 시간 남짓 걸어서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몇 번 길을 잃고 다른 곳으로 갈뻔한 고비도 있었지만 크게 이상한 곳으로 가지 않고 용케 마을로 돌아오는데 성공했습니다.

 

오후에는 Beatrix Potter의 농장이 있는 Hawkshead에 가기로 했습니다. 벌써부터 기대 만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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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3 21:04

England - Lake District (1) - 빗속의 Windermere

2009.05.06 Windermere

사용자 삽입 이미지


Windermere에 도착하던 아침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Calisle에서 출발할 때부터 가랑비가 오더니 Windermere 기차역에 도착 할 즈음에는 퍼붓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우산 없이 맞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정도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Windermere를 여행지에 추가하게 된 데는 두 가지 계기가 있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김남희씨가 쓴 유럽의 걷고 싶은 길을 읽으면서 나도 꼭 한번 나즈막한 산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호수 주변을 걷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에 한번 더 확신을 준 것은 Jeshmeen이 무척 아름다운 호수지역이 있는데 Term vacation에 남편과 여행가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현지인들도 좋아하는 곳이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보는 여행보다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고냥군 덕분에 산에 재미를 들인 터라 걷기 좋은 여행지라니 우리부부에게 더할나위 없이 근사한 여행지 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Isle of Skye에서 Windermere까지 하루에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 하진 않지만 해진 후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지양하자는 규칙에 따라 Calisle은 그저 하루 묵어가는 곳에 불과했고, 덕분에 아침 일찍 Windermere에 도착해습니다.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예약해둔 B&B에 짐을 맏기러 들리니 친절한 주인아주머니가 집에서 호수로 나가는 길이 멀지 않으니 산책하기 좋을 거라 설명해 주십니다. 하지만 비가 문제라며 걱정하시기에 윈드재킷과 모자를 가리키며 문제없다고 웃어주었습니다. 호수에 도착도 하기 전에 문제가 없지 않다는 것을 깨닫긴 했지만 출발은 씩씩했습니다.

집을 나와 관광안내소에 들러 한 번 더 Footpath를 안내받고 다음날 걷고 싶은 지역도 골라 지도를 샀습니다. 그리고 걸었습니다.

시작부터 말썽입니다. 작디 작은 동네인데 아무리 봐도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도와 길을 일일이 비교해 가며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녀 보아도 호수로 이어지는 작은 길은 어디에도 없는 것입니다. 처음에야 동네 구경이다 생각하고 신나게 걸었죠. 예쁜 집도 구경하고 잘 가꿔진 정원도 구경하고 그저 좋다고 돌아다니는 사이 시간은 제법 흘렀고 빗줄기도 제법 굵어졌습니다. 비가 많이 오니 당연히 사진도 찍을 수 없고 길을 찾지 못하면 숙소로 돌아가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 것인가 고민하며 두리번거리던 그 순간 근처 정원에서 마음 좋아 보이는 할머니가 우리를 부릅니다. 그러더니 대뜸 호수로 가는 길은 여기가 아니고 저쪽으로 돌아나가 작은 샛길이라고 가르쳐 주십니다. 할머니의 표정은 난 이미 너희처럼 호수 가는 길을 찾지 못해 애를 먹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는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땡큐를 연발하며 길을 돌아 나왔습니다.

할머니 말대로 길을 따라가보니 우리가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던 길가에 작은 오솔길이 호수로 향하는 길이었던 것입니다. 세상에나 그렇게도 눈에 띄지 않던 Public Footpath 알림판도 있습니다. 광택이 사라진 철제 알림판은 돌담에 찰싹 달라붙어 있고 주변에는 어린 담쟁이 덩굴까지 있으니 쉬이 눈에 뜨일리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고 있었지만 어렵사리 찾아낸 길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쉬운대로 윈드재킷이 비를 막아줄 테니 중간 중간 몸을 부르르 떨어 물방울을 떨어내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방수가 되지 않는 모자 위에 윈드재킷 후드를 한번 더 덮어 쓰고 걸었습니다.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니 저 멀리 호수가 보입니다. 얼마나 넓은지 비와 안개에 가려 그 끝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호수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몸은 젖었지만 기분은 이미 비가 오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즐겁기만 합니다.

계속해서 굵어지기만 하는 빗줄기에 호수주변을 더 이상 걷는 것은 무리이다 싶어 호주주변 녹지를 가로질러 큰길로 나왔습니다. 나와서 보니 이 길은 숙소에서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이웃마을로 향하는 길입니다. 길 찾는 다고 헤메인 시간도 제법 되는데다 호수주변 오솔길을 빗속을 따라 걸었더니 그리 멀리 오지는 못했더군요. 관광안내소에서 무료로 받은 마을 지도는 빗속에서 길을 확인하느라 여러 번 꺼내본 사이 이미 물에 젖어 찢어지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대로 조금만 걸으면 곧 이웃 마을이 나올 것 같기에 마저 더 가보자 하고 걸었습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지나버렸고 비에 젖어 몸이 추우니 배고픔도 더해지더군요. Windermere와 첫 만남은 그렇게 비와 함께 시작됐고, 제발 다음날은 비가 오지 않기만을 기도했습니다. 드디어 표지판에 이웃마을 Bowness 이름이 나옵니다. 겨우 2킬로미터 떨어진 이웃마을 오는데 도대체 몇 시간이 걸린 건지 웃음이 납니다.

우리는 이웃마을에서 World of Beatrix Portter를 구경하고 마침 비가 그쳐 호수관람 유람선도 타고 우연히 현지인 아저씨와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오후를 보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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